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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매력적인 밤

한국 나이 30, 10년을 압축한 연애를 돌이켜보며 스스로 꼽아보는 역사적인 밤들

2024년 0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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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있다. 너무 덥거나 추운 날씨, 오늘의 못다 한 고민, 곁에 있는 사람 혹은 더 이상 곁에 없는 사람. 그런 순서 없는 잡념의 끝이 과거의 어느 밤으로 날아가 닿기도 한다. 사랑, 연애, 잠자리 모두 해 볼 만큼 해 본 것 같다 생각하는 나지만, 아직도 떠올리면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인상 깊었던 밤. 그 밤들의 나는 유난히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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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뜨거웠던 첫사랑

첫사랑은 대학교 신입생 때였다. 그게 첫 연애는 아니었다. 10대 때의 장난 같은 연애 놀이를 감히 사랑이라 칭하기엔 민망하지 않을까. 그를 만나기 전의 나는 뜨거움이 뭔지도 모르는 어린아이였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강의실에서 보고, 카페에서 보고, 서로의 자취방에서 또 봐도 늘 즐겁고 아쉬웠다. 방 안의 불을 다 끄면 낮에도 깜깜했던 그의 작은 집. 맞댄 입술 옆으로 가만히 내 뺨을 감싸다 점점 가슴으로 치마 속으로 옮겨가던 뜨겁고 얕게 떨리던 손. 항상 거기서 멈추던 그가 어느 날은 내 옷의 단추를 풀었다. 우리는 동시에 서로를 쳐다봤다. 누구도 동의를 구하는 질문을 하지 않았는데도 눈빛으로 허락을 주고받았다. 긴장한 내 안으로 한 번에 들어오지 못한 그가 아파하는 나를 보며 멈추려 하는 것을 눈치채고, 나는 한 번 더 그를 끌어당겼다. 그 밤을 잊을 수 없는 이유는 그의 한없는 다정함 때문이었을까.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내가 예뻐서 미치겠다던 그의 눈빛이 아직도 꿈속에서 선하게 떠오른다. 아직도 종종 대학교 친구들을 만나면 “그 사람 다시 만나면 절대 안 놓칠 거야.”하고 너스레를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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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낮보다 뜨거웠던

그와 헤어지고 만났던 또 다른 그는 키가 아주 크고 조금 마른 사람이었다. 20대의 건장하고 청년답게 모든 게 왕성하던 그는 잘 먹고 잘 놀고 잘하는 사람이었다. 여느 날의 데이트 코스처럼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던 우리는 그날따라 서로가 사랑스러웠던 것 같다. 꼭 붙어 앉는 것밖에 할 수 없던 영화관에서 그는 갑자기 따라 나오라며 영화가 상영하는 도중에 내 손을 끌었다. 유난히도 쨍하고 푹푹 찌던 그날의 날씨가 기억난다. 멀리도 가지 못하고 바로 옆 건물에서 방을 빌렸다. 에어컨을 틀고 땀을 씻어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만지고 안고 쉴 새 없이 입을 맞췄다. 손발이 저릴 정도로 내 모든 포인트를 샅샅이 터치하던 그 사람은 그날 나를 한 번에 놔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우리는 세 번이나 짜릿한 끝을 느끼고 손끝 하나 움직일 힘도 없이 침대 위로 늘어졌다. 그 긴 여름의 낮이 끝나가는 줄도 몰랐다. 어느새 어둑해진 여름밤, 헤어지고 돌아온 집에서도 하염없이 그와 나를 곱씹다 잠이 들었다.

팔굽혀펴기와 입욕제

최근에는 유명한 인플루언서와 연애하다 헤어졌다는 어떤 이도 나와 함께일 때가 있었다. 이제는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똑같아 보이는 게, 어쩌면 연애도 사랑도 가식 같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면 불쑥 나를 찾아온다. 그때의 우린 주말에만 만날 수 있는 장거리 커플이었다. 우리는 한 달에 두세 번 만나 대부분의 주말을 여행으로 보내면서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서로를 알아갔다. 아직도 기억나는 그날 밤 우리는 복층으로 된 귀엽고도 널찍한 숙소를 예약했다. 그 숙소에는 실내에 조그마한 욕조가 있었다. 사실 난 그날을 위해 처음으로 향이 좋은 입욕제를 준비하고, 평소보다 조금 더 예쁜 속옷을 골라 입었다. 저녁을 먹고 귀여운 디저트와 와인까지 놓은 우리 옆으로 욕조에 점점 물이 차올랐다. 마치 이런 건 일도 아니라는 듯 굴던 그와 나. 샤워를 한 후 수건을 깜빡한 내가 문을 열고 그를 부르려던 순간, 팔굽혀펴기를 하다 깜짝 놀라 허둥지둥 일어난 그를 발견하고 큰소리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나 탄탄하고 잘 관리된 몸이 하나의 자랑거리였던 그가 이 밤을 위해 몰래 근육을 펌핑하다가 들키다니. 이미 멋진 그가 내게 더 멋져 보이려 노력한 그 순간이 내겐 마음도 몸도 활짝 열린 순간이었다. 당황한 그의 손을 끌고 욕조로 들어갔다. 조금뜨거운 것 듯하면서 향기로운 욕조의 물이 자연스럽게 우리를 달아오르게 했다. 부끄러워서인지 더워서인지 붉어진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던 밤. 그날 욕조의 물보다 더 뜨거웠던 건 아마 우리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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