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서의 섹스
실제 세계를 그대로 옮겨놓았다는 메타버스에서는 유저 간의 단순한 소통에서부터 물건의 구입, 미술작품의 전시, 메타버스 세계 내의 부동산 투자까지 상상할 수 있는 대부분 활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높은 자유도는 여러 문제를 촉발 시켰는데, 메타버스 내에서 섹스를 시도하는 유저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그중 하나이다. 메타버스 내에서 섹스 룸을 만들어 섹스 토이를 전시하고 아바타 간의 성행위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은 사례도 실존할 정도이다. 사실 가상세계 내에서의 섹스 가능성에 대한 여부는 가상현실(VR)이 상용화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논의되어왔다. 2023년 기준, 실제로 가상현실 기기를 활용한 섹스 경험 서비스가 판매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가상현실 서비스와 메타버스 내에서의 섹스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VR 기기용으로 촬영된 영상을 바탕으로 개인이 사용하는 것이라면 메타버스의 경우 성관계를 시도하는 대상이 실시간으로 서비스에 접속한 다른 유저라는 점이다. 이러한 특이점은 메타버스 내 섹스 행위에 대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두 가지의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긍정적인 상상] 멀리 떨어져 사는 연인 간 원격 섹스가 가능한 시대
유저가 아바타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을 할 수 있는 메타버스이기 때문에 가능한 가설이다. 멀리 떨어져 살아 서로를 자주 볼 수 없는, 이른바 롱디 연인들이 메타버스 내에서 만나 데이트를 즐기고 자유롭게 성관계를 나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섹스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사 섹스의 형태로, 혹은 함께 발전할 물리적 도구들의 도움으로 연인 간의 만족스러운 원격 섹스가 가능해질 수 있다. 물론 이는 메타버스 내에서의 섹스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때, 소위 행복 회로를 돌려보았을 때의 경우다.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모두 서비스를 악용하지 않고 정의롭게, 개인적인 용도로만 사용할 때나 가능하다.
[부정적인 상상] 메타버스 내에서의 성범죄 증가 가능성
현실적으로는 메타버스 내에서 섹스 행위가 긍정적으로 활용될 가능성보다 이를 도구로 한 성범죄가 증가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현재 대부분의 메타버스는 미성년자도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앞서 다루었던 메타버스 섹스 룸의 사례도 미성년자가 이용 가능한 메타버스 서비스에서 벌어진 일이다. 메타버스가 지닌 이 자유로움은 단순히 재미로써 즐기는 것을 넘어 추가적인 성범죄로 연결되는 통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도 유저의 아바타 캐릭터를 향한 성희롱 등의 성폭력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가상세계를 넘어 현실에서의 범죄로 이어지고 있고 있는 현황이다. SNS를 통해 이루어지던 온라인 그루밍 범죄가 메타버스에서 답습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만 바뀌었을 뿐이다. 이에 따라 2022년부터 2023년에 이르기까지 메타버스 내에서의 성범죄를 적극적으로 처벌하는 법적 논의가 검토되고 있는 중이다. 가상세계 내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에 대한 법적 처벌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관련 법안이 정착할 때까지 정부와 메타버스 플랫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점차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는 더욱 고도화된 디지털 시대로 나아갈 것은 자명하다. 메타버스 이후엔 어떠한 기상천외한 기술이 우리 사회와 일상에 녹아들지 모를 일이다. 단 10년 전으로만 돌아가도 가상세계에서의 섹스에 대해 고민할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상상치도 못했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이러한 논의들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사회를 더욱 나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며, 더욱 발전한 시대를 살아갈 인류로서 앞으로의 미래를 대비하는 지침이 되어 줄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