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여행과 뜻 밖의 고난
비행기에 가져가는 짐을 뜻하는 수하물에는 비행기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는 기내수하물과 인포데스크에서 화물로 부치는 위탁수하물, 이렇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그리고 수하물의 유형에 따라 담아서 반입할 수 있는 물건들의 종류와 기준들이 모두 달라진다. 때문에 해외여행을 갈 땐 각 항공사의 수하물 규정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인 절차이다. 기내 수하물에는 액체류에 대한 반입제한 규정이 있고 위탁수하물에는 리튬 배터리에 대한 반입 제한 규정이 있는 식이다. 그렇다. 바로 이 배터리 관련 규정이 핵심이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반려가전은 건전지형과 배터리형으로 나눌 수 있다. 로마 글로스 이지핏도 리튬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는 배터리형 반려가전이다. 과거의 해외여행 당시엔 배터리형 섹스토이들이 없었기 때문에 큰 고민없이 배터리형 물건들은 모두 기내수하물로 휴대하고 탑승했었다. 건전지형 반려가전은 간단하게 건전지만 빼내고 위탁수하물로 부치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교적 최근에 장만한 배터리형 반려가전이었다. 누가 봐도 “저는 딜도입니다.”라고 온 몸으로 외치고 있는 이 친구를 공항검색대의 엑스레이화면으로 봐야 한다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혹시라도 나의 소중한 전동딜도가 북적이는 인천공항에서 공개된다면? 상상만해도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것이다. 가져가지 않겠다는 선택지는 애초에 없었다. 그러니까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사회적 체면과 딜도를 모두 지킬 수 있는, 그런 방법을 말이다.
그래서 반려가전, 기내수하물인가 위탁수하물인가?
💡 알아보니
원칙: 100Wh 이하의 리튬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는 전자제품은 기내, 위탁수하물이 모두 가능하다.
예외: 최대 160Wh까지 가능하지만 100Wh가 초과되면 허가가 필요하다. 160Wh가 초과되면 위탁, 기내 모두 불가.
대한항공의 수하물 제한 항목을 살펴보면 휴대용 건전지 및 개인 휴대 전자 장비 모두 기내, 위탁수하물이 가능하다. 즉, 일반 생활용품으로 활용 가능한 전자기기들은 대부분 위탁수하물이 가능하단 이야기이다. 물론 이 때에도 국토교통부의 기준에 따라 100Wh 이하(제한적 160Wh이하) 규정을 지켜야 한다. 저가항공도 동일하다. 에어부산의 리튬배터리 관련 규정도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제한된 기준 하에 배터리 내장형 전자기기를 기내와 위탁수하물에서 모두 허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준이 되는 100Wh는 어떻게 알 수 있는 걸까?
반려가전의 Wh 계산하기
대부분의 소형 전자기기들은 배터리용량을 mAh로 표기하고 있다. mAh를 Wh로 변환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으며, 가전의 배터리 용량과 전압만 안다면 인터넷 변환계산기를 통해서도 쉽게 계산할 수 있다.
🔋 Wh 계산하기
mAh(배터리용량) × V(출력전압) = Wh
예를 들어 보자. 로마 글로스 이지핏의 배터리 용량은350mAh이고 출력전압은 3.7V로 계산해보면 1.295Wh이다. 기준이 되는 100Wh는 고사하고 1Wh도 간신히 넘어가는 수치이다. 유명한 샤*미 보조배터리도 변환하면 10,000mAh 용량 기준 38.5Wh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100Wh가 꽤 큰 용량과 전압을 요구하는 수치임을 확인할 수 있다.
원칙상으로는 기내, 위탁수하물 모두 무사통과.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항공사가 제시하는 기준에 따르면 소형 전자제품인 대부분의 섹스토이들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즉, 위탁수하물로의 반입이 허용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여러 풍문들에 의하면 위탁수하물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 소형의 배터리 내장 전자제품도 문제 삼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쁜 와중에 모든 전자제품의 배터리용량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확인되면 일괄 반려하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위탁금지 물품이 캐리어에 담겨 있을 경우 직원들이 캐리어 잠금을 뜯고 문제가 되는 물건을 버릴 수도 있다. 따라서 가능한 기내로 반입하는 것이 보다 안전한 방법인 것은 확실하다. 일부 국가의 경우 반려가전 반입이 아예 통제되는 곳이 있기 때문에 행선지에 대한 규정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의 소중한 전동딜도와 바이브레이터를 들고 해외로 떠나고자 하는 여성이 어디 한 둘 이겠는가. 한국인과 미국인, 해외여행객과 유학생 모두 반려가전을 쓴다. 직원들은 이미 가지각색의 섹스토이들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 믿고 눈치껏 통과 시켜 주길 바라는 것이 마음 편할 것이다. 그래도 혹시의 상황에서 눈치 없는 직원이 당신의 반려가전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My Lover 하고 어깨를 으쓱해주자. (사실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다.) 다만 열어 보기 쉬운 곳, 열어 보기 쉬운 파우치에 들고 갈 것! 괜히 캐리어 깊숙한 곳에 꽁꽁 싸맸다가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하나하나 풀어헤쳐야 하는 비참한 상황이 닥칠 수 있다. 혹시 모를 상황에서 민망한 검사시간을 그나마 단축할 수 있도록 파우치에 담아 갈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