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이른 초경을 한 나는 한 달에 한 번, 규칙적인 월경 주기를 가지고 있다. 건강한 거다, 축복받았다고 하면 그렇기는 한데 15년을 지나가니 한 번 쯤은 걸러도 되지 않나 싶은 수준이다. 나는 본격적인 생리통보다는 생리 전 증후군인 PMS가 좀 더 심한 편이다. 가슴 통증, 허리 통증, 감정 기복이 가장 크게 나타나며 월경이 시작하면 사라진다. 생리통도 첫 날만 조금 아프고 이튿날부터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생활이 가능하니 이만하면 꽤 순탄하게 겪는 축인 것은 맞아 보인다. 하지만 이런 나라도 월경은 늘 힘들 수 밖에 없었는데, 바로 생리대 때문이었다.
월경 WAVE 1. 생리대
생리대는 초경을 하게 되면 가장 쉽게 접하게 되는 월경용품이다. 때문에 생리대, 그 중에서도 일회용 생리대는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생리대는 그 특성상 산뜻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지 않아도 생리통으로 고통스러운 기간에 피 샐 걱정, 냄새 걱정, 어쩔 수 없는 눅눅함 등으로 수 많은 여성들을 잠 못 들게 하는 것이다. 물론 장점도 있다. 첫째, 쉬운 사용법이 있다. 패드 형태로 접착면을 팬티에 붙여 사용하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나이나 경험에 상관없이 사용함에 부담이 없다. 그러다 보니 가장 많이 쓰이게 됐고 그 만큼 종류도 많아서 자신에게 맞는 생리대를 찾을 수 있는 범주도 넓다. 둘째, 그나마 개당 가격이 저렴하다. 월경용품들은 대다수의 여성들이 매달 사용하는 필수품 치고는 가격이 꽤나 비싸다. 생리대는 대형마트나 드럭스토어, 편의점에서 거의 매달 1+1 행사를 하고 있으니 다른 종류들에 비하여 가성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단점도 매우 뚜렷하다. 앞서 언급된 찝찝함 문제는 후에 비교될 탐폰이나 생리컵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래서 여름에 하는 생리, 특히 장마철의 생리는 최악 중의 최악으로 꼽힌다. 월경을 할 때 난다는 냄새도 생리대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생리대 내부에는 생리혈을 흡수시키는 화학약품이 내재되어 있는데 그것과 생리혈이 닿을 때 특유의 악취가 난다는 것이다. 이 약품이 생리통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한 문제로 한동안 면 생리대 사용 열풍이 불기도 했다.
월경 WAVE 2. 탐폰
이른 나이에 초경을 했던 만큼 생리대는 질리도록 써봤다고 자부하는데, 어느 순간 도저히 못 쓰겠다 하는 순간이 찾아 왔다. 그리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심정으로 탐폰을 시도하게 되었다. 탐폰은 질 속으로 흡수체를 직접 넣는 방식의 월경용품이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은 대부분 주사기 형태의 플라스틱 어플리케이터 안에 솜으로 된 흡수체가 들어있는 모양을 띠고 있다. ‘질 속으로 직접 넣는다’는 이 진입장벽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탐폰 사용을 주저하는 게 사실이다. 탐폰 사용을 고려 중인 사람이라면 성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탐폰을 사용하면 안된다는 말을 한 번 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우리 엄마도, 언니도, 내 주변의 그 누구도 탐폰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학창시절의 나는 탐폰이라는 것에 대해 배울 기회조차 없었다. 그러다가 내가 탐폰을 수중에 얻게 된 건 대학생 새내기 때였다. 뭣 모르고 참여한 월경용품 판촉 행사에서 탐폰 한 박스를 받게 된 것이다. 얼떨결에 받은 탐폰은 약 3 개월 정도 묵혀 있다가 물놀이 날 터져버린 여름 날의 월경 때 처음으로 개시되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며 쓰여진 설명서도 보고 유튜브도 보면서 열심히 따라한 지 1시간 째, 탐폰을 한 3개쯤 버렸나? 드디어 착용에 성공하고 신세계를 맛보게 되었다. 탐폰을 사용하니 보송보송 엄청난 쾌적함, 수상 액티비티 가능, 뒷 처리 편리 등 삶의 질이 수직상승 한 것이다. 물론 헤매지 않고 수월하게 착용하기 까지 적응기간이 있긴 했다.
편리한 탐폰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일단 체내에 물질을 삽입하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너무 크면 탐폰을 시도하는 게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 사람에 따라 구토나 쇼크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하니 너무 힘들면 무리하지 않는 게 좋다. 또한 생리혈이 충분치 않아 잘 넣어지지 않는 것을 억지로 넣으면 질 내벽에 상처를 입힐 수 있으니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탐폰의 권장 착용시간은 4시간에서 최대 8시간까지다. 그 이상의 장기적인 착용은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생리대처럼 자주 교체해 주는 것이 좋다. 수월한 탐폰 착용 팁은 어플리케이터의 앞쪽을 엉덩이 쪽으로 45도 기울이면서 넣는다는 느낌으로 넣는 것이다. 일직선 수직으로 넣으려고 하면 중간에 막혀서 들어가지 않거나 꾸역꾸역 넣는다고 해도 아플 수 있다. 끝까지 깊숙하게 넣어 이물감없이 착용된 것이 적절한 착용이다. 이물감이 느껴지거나 아프다면 잘 못 착용한 것이니 다시 착용하거나 다음에 시도하는 것을 추천한다.
월경 WAVE 3. 생리컵
탐폰 라이프를 즐겁게 살아가던 중 친한 지인이 독일 여행에서 사온 거 라면서 생리컵을 선물해주었다. 월경인생의 세번째 파도였다. 생리컵을 사용하고 나서부터 생리통이 사라졌다는 여러 자매님들의 간증으로 당시 한창 생리컵 붐이 일어나고 있었다. 생리컵은 일반적으로 손가락 세 개 정도되는 크기의 고무 컵을 질 속에 직접 접어 넣는 형태로, 탐폰의 상급 버전이다. 느낌으로 잘 밀어 넣으면 되는 탐폰과는 달리 생리컵은 사용 전에 질 길이를 측정해야 하기도 하고, 넣는 것도, 빼는 것도 일정 수준의 요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생리컵은 컵으로 생리혈을 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입구가 커서 잘 접어 넣어야 하는데 초심자에게는 이것부터 쉽지 않는 난관이었다. 넣은 후에도 접힌 상태의 컵을 펴야 하는데, 이게 잘 되지 않으면 봉해지지 않아 생리혈이 샐 수 있다. 생리컵은 지금도 다양한 제품들이 개발되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일반적인 컵 형태 말고도 디스크형, 밸브형, 꼬리형, 손잡이형 등 종류도 다양하니 흥미가 있다면 어떤 형태가 자신에게 잘 맞을 지 잘 알아보고 구매하는 게 좋다.
그래서 에디터가 정착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생리컵을 몇 달 사용하다가 다시 탐폰으로 돌아갔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 잘 봉해졌는데도 생리혈이 계속 새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는 받아낸 생리혈을 외부에서 처리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이건 아마 개인차가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알고 보니 생리컵에는 골든컵이라는 말이 있었다. 저 사람한테는 저 생리컵이 좋아도 본인한테는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맞는 컵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지금은 탐폰을 쓰고 있지만 화학약품에 자유로울 수 없고 또 일회용품이다 보니 앞으로도 골든컵을 찾는 시도는 계속해보려고 한다. 어찌되었든 중요한 것은 두려워 말고 자신이 가장 편할 수 있는 월경나기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경험할 조금 더 산뜻한 월경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