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최근에는 ‘반려 가전’이라는 말과 함께 섹스토이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여성 친화적이고 건전한 성생활을 지향하는 반려가전 편집숍이 다수 생겨나 젊은 세대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섹스토이는 음침하고 폐쇄적인 골목길, 핫핑크 색 시트지로 사방을 모두 가린 성인 용품 가게에서 사야 하는 음란한 물건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상업적 세태와 사회적 인식은 섹스토이의 존재를 더욱 음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본능적으로 쾌락을 추구하는 동물이기에 섹스토이는 매우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돌로 만들어진 딜도부터 바이브레이터가 자위 도구로 개발되기까지 섹스토이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 온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섹스토이의 정체는 바로 돌로 된 딜도다. 독일의 한 동굴에서 발굴되었으며 20cm의 남근 모양이다. 제작 연도는 약 3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데, 그러니까 구석기시대의 여성이 자기만족을 위해 만든 자위 기구인 셈이다. 고고학자들은 해당 유물의 용도를 종교적 의식에 사용된 도구라고 추측하기도 했으나 성적 용도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다수 의견이다. 딜도는 남성기의 모습을 본 딴 것이므로 섹스토이 중에서도 가장 역사가 깊다. 섹스토이의 가장 본질적이고도 자연스러운 형태인 것이다.
당연히 한국의 딜도도 있다. 통일신라시대의 별궁이 위치했던 동궁과 월지(구 안압지)와 사찰에서 상당한 길이의 나무 딜도가 출토되었던 것이다. 궁은 그렇다 쳐도 금욕의 상징인 사찰에서 딜도가 발견되었다니, 어떠한 연유로 사찰에 딜도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꽤나 도발적이고 다양한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각좆’이라는 적나라한 이름의 이 유물은 그 보존도가 매우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발굴과 동시에 봉인되는 웃지 못할 사연을 지니게 되었다. 말 그대로 인간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온 딜도는 현재도 다양한 신체 공학적 디자인과 소재를 사용하여 만들어지고 있다. 다만 변하지 않은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섹스토이로 기쁨을 얻으려는 사용자들이 존재해 왔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