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스탭 인터뷰 – 마케팅 매니저편

Loma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Hai의 인터뷰

2023년 08월 25일

Q.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5년차 마케터 Hai입니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살라고 지어주신 이름인데, 사랑을 위해 일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많은 스타트업의 1인 주니어 마케터가 그렇듯, 퍼포먼스와 브랜드, 콘텐츠를 넘나 들며 회사의 전반적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로마에 입사한지는 얼마나 됐으며, 어떤 경로로 입사하게 되었나요?

21년 4월 6일에 입사했으니 갓 2년이 지났네요! 전 회사를 퇴사하고 잠시 휴식기를 가지며 이직을 준비하던 중, 리멤버 커리어를 통해 입사 제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제 이목을 끌었던 것은 <섹스 토이 브랜드 ‘로마’와 데이팅 서비스 ‘글램’을 운영하는 큐피스트>와 <성에 대한 인식 혁명과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이 두 개의 문구였어요. 당시 저는 오래 사귄 연인과 이별하고 다양한 사랑의 유형과 경험을 알아가고 있던 중이었어요. 그 수단으로 글램을 이용하던 이용자였고 또 한창 섹스 토이에 관심을 갖고 있던 시기였죠. 그런데 그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한 오퍼라니, 잠깐이지만 ‘내가 혹시 이렇게 살고 있는 걸 알고리즘에게 들킨걸까…?’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니까요! 오퍼를 받고 나서 어려운 시장일텐데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하기도 했어요. 그러는 와중에 로마가 출연한 ‘을지로 탁사장’편을 보게 됐고 어렵겠지만 재밌겠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그 후 바로 면접을 봤고 약 3시간 가량의 면접 끝에 입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섹스 토이는 어떤 것인지 물어보는 면접은 처음이었어요.

Q. 로마로 이직을 알렸을 때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꽤 떨렸지만 지인들에겐 담담하게 ‘나 요즘 섹스 토이 팔아.’라고 이야기 했어요. 그러자 대부분 ‘잘 어울린다, 잘 할 것 같다’고 말해줬는데요, 사실 이런 지인들 반응에 제가 더 당황했습니다. ‘나는 섹스 토이로 자위를 해!’라고 평소에 말을 한 것도 아닌데 대체 뭘 보고 잘 어울린다는 건지…?

부모님께 말씀 드리기는 너무 어려웠어요. 성에 대해 굉장히 거부감을 가지고 계시는 딱 그 세대의 보수적인 부모님이시거든요. 그래서 밑밥을 엄청 깔았죠. 예전에는 사람이 굶어서 죽는 시대였지만 요즘엔 사람들이 외로워서 죽는다는 말 부터 사랑과 인간의 사명이 어쩌구, 로봇이 저쩌구 막 이것저것 말하다가 그래서 대체 어디서 뭘 하는 거냐는 엄마의 다그침에 머쓱하게 ‘성인 용품 팔아.’라고 웃어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의 반응이 가장 걱정됐는데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게 ‘그래? 야, 너는 그런 거 잘 할 것 같다. 너 어릴 때부터 그런 거 관심 많아 했잖아.’라고 하시더라고요. 도대체 제 이미지가 그 동안 어땠길래…

Q. 로마에 입사 후 느낀 로마의 장점이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럼 제 이전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야겠네요. 로마에 입사하기 전에 다녔던 회사는 신제품 출시 사이클이 굉장히 빨랐어요. 사석에서 만나는 업계 사람들이 “신제품을 대체 어떻게 뽑길래 그렇게 빠른 주기로 다양한 제품이 나오냐”고 물어볼 정도였으니까요. 신제품 출시 주기가 빠르고 제품이 다양한 것은 시즌에 맞춰 포지셔닝할 제품이 다양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마케터 입장에선 꽤 좋은 일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간혹 그 빠른 사이클에 집중하다보니 퀄리티가 떨어지는, 미완의 제품이 출시되는 일도 잦았죠. 물론, 기업의 입장에서는 출시 임박의 제품을 손해를 보면서까지 수정하기 어렵다는 것도, 프로페셔널한 마케터라면 미완의 제품도 잘 포장해서 판매해야한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저는 브랜드를 아끼고 좋아해주는 고객들께 나라면 사용하지 않을 제품을 판매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딜레마에 빠졌고, 제가 담당하고 있던 사업 모델을 접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결국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사과문

그 후 로마에 입사해서는 바로 로마 글로스 이지핏 출시에 집중했는데요, 입사하고 약 3개월이 지나 제품의 출시가 임박했을 때 버튼 부에 문제가 생겨 수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제기된 문제는 비교적 사소한 것이었어요. 버튼이 뻑뻑해서 누르기 힘들다, 정도였거든요.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공장의 금형을 다시 파야했기 때문에 수정을 하려면 꽤 큰 일이 되는 상황이었죠. 그 때는 정말 출시 직전이라 이미 수 백명의 사전 예약 고객이 확보된 시기였기도 했고, 그 상태로 대량생산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큰 이상이 없을 것이며 출시가 지체되었다간 회사 입장에서도 손해를 볼 것이기 때문에 저는 사실 예정대로 출시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로마 팀원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모두들 ‘현재의 퀄리티는 고객들이 모두 만족할 만한 제품의 품질이 아니다. 우리는 모든 고객이 기대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그 일념 하에 3주간 제품 출시를 미루고 금형을 수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사전예약 고객분들께 출시와 배송이 미뤄진다는 양해 공지 글을 작성하면서 로마에서 오래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Q. 담당하고 있는 포지션과 업무를 소개해주세요!

마케팅 매니저로서 마케팅 업무의 전반을 담당하고 있어요. 로마 브랜드와 제품을 대중에게 알리고, 많이 경험해볼 수 있도록 독려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로마 제품의 매력은 무엇일까 고민하고 그 매력을 누구에게, 어떻게 알릴 수 있을 지 여러가지의 시도를 합니다. 광고를 기획하기도 하고 인스타그램을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하기도 하죠.

Q. 마케팅 포지션을 커리어 패스로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는데요, 당시 유행했던 페이스북 대형 페이지의 관리를 맡게 되었어요. 내가 기획하고 고민해서 제작한 콘텐츠에 사람들의 댓글과 좋아요가 달리는데 그걸 보는 게 너무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광고주들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이걸 업으로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하지만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몰라 잊어 버린 채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처음엔 영업팀 막내로 회사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직무 변환을 하게 되는 시기가 있었는데 ‘마케팅 커리어 패스, 취업연계’라는 학원가의 광고 멘트를 보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했던 시절의 재밌었던 일들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저는 그렇게 퇴직금을 그대로 학원비에 바쳤고, 3개월 수업 후 마케터로 취업하게 되었답니다.

Q. 섹스 토이 회사의 마케터로서 지니는 특이점이 있다면?

꽤 다양한 경험을 해봤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Lv.1으로…

비록 주니어 마케터였지만 이전 직장에서도 1인 마케터로 일을 했어요. 덕분에 다양한 대행사와 일한 경험을 쌓았고 꽤 여러가지 콘텐츠와 광고 매체를 다뤄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공식을 알고 있다고 살짝 자만했는데… 그 경험치가 로마에서는 먹히지 않더라고요. 제가 다뤄봤던 매체들은 대부분 성인 용품의 광고를 금하고 있었기 때문에 매체 집행부터 안되니 콘텐츠를 어떻게 짜야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어요. 첫 취업을 했던 Lv.1로 다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Q. 마케팅적으로 현재 특별히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있나요?

처음 기획했던 글로스 콘텐츠

섹스 토이를 사용해본 적 없는 사람도 성인 용품 광고는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인터넷 기사 한 줄만 클릭해도 따라 나오는 자극적인 사진과 워딩들… 그런 광고들이 성인 용품의 허들을 더욱 높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성인 용품에 대해 최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고 해요. 누군가의 첫 섹스 토이가, 처음 보게 되는 섹스 토이 광고가 로마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스를 런칭하면서도 ‘이건 누군가가 사용하게 될 첫 섹스 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었고 ‘O! so easy book’을 쓰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섹스 토이를 사용하고 자위를 하는 이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요! 또 섹스 토이는 성인 용품이라는 특성상 대부분의 광고 매체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어떻게 하면 로마의 제품을 더 잘 알릴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Q. 로마에서 어떤 마케터가 되고 싶은가요?

저는 사실 늘 유명해지고 싶다는 야망이 있는데요, 0년차 때부터 이 질문에 대한 제 답은 늘 같습니다. 지금은 이직하셨지만, 배민에 이승희가 있다면 OO에는 정하이가 있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대중들의 기억에 남는, 획을 긋는 브랜드를 만들어야겠죠. ‘한국에 섹스 토이를 이렇게 만드는 브랜드가 있었어?’, ‘이 글 누가 썼지?’라는 말을 최대한 많이 들을 수 있도록 브랜드를 올바르고 강렬하게 알리는 것이 현재의 제 꿈 입니다.

Q.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나도 (자위)하고, 너도 (자위)하고, 쟤도 (자위)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요, 우리는 누구나 자위를 하며 필요할 때 스스로 성욕을 해결하는 것이 특별한 게 아니라 생각합니다. 섹스 토이 회사에서 일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재밌겠다’고 해요. 그러면 저는 그래봤자 여기도 회사라고 합니다. 다루는 제품이 성인 용품일 뿐 하는 일이나 업무는 다른 회사와 크게 다를 것이 없거든요. 섹스 토이를 쓰는 남자, 섹스 토이 회사에 다니는 여자, 모두에게 사족이 붙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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