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느끼고 싶은 여성들이 왔다 | 쿠팡플레이 ‘판타G스팟’ 리뷰

딱 10년 전만 하더라도 여성들은 자신의 성적 욕망을 숨기기 바빴다. 함부로 성적 욕망을 내비쳤다간 소위 ‘밝히는’ 여자로 평가받기 십상이었기에 여성들 스스로도 성적 욕망을 느끼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에 부정적인 감정과 죄책감을 느끼곤 했다. 그러나 근 몇 년간 사회적으로 성(sex)에 대한 시선이 변화하며 여성들은 이러한 평가나 시선에서 점차 자유로워지고 있다. 남성의 쾌락 추구는 짐짓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여성의 쾌락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않던 시절에서 벗어나 여성도 성적 만족에 대해 배우고, 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에 따라 여성들은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게 반응하며 이를 충족하고자 하는 새로운 니즈에 직면하게 되었다.

2023년 01월 31일

💕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희재(안희연)’와 사랑 없는 관계만 즐기는 ‘미나(배우희)’, 두 사람이 섹스 카운슬링을 진행하며 스스로를 알아가는 이야기

판타G스팟, 진짜 여자들의 이야기

https://youtu.be/pQzm22_qJR4
판타G스팟 ©coupang play

‘판타G스팟(판타지스팟)’은 이러한 시류를 적극 반영한 드라마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로 2022년 12월 23일에 1, 2화가 동시에 공개되었다. 총 8부작이며 여자 아이돌 그룹 EXID 출신의 안희연(하니)과 달샤벳 출신의 배우희가 투톱으로 주연을 맡았다. 1월 13일에 마지막 8화가 공개된 정말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19세 이상 시청가 판정을 받았으며 러닝타임이 30~40분 내외로 짧은 편이라 킬링타임용으로 보기에 적절하다. 회 차별 에피소드는 다음과 같다.

🎬 에피소드 🎬
1회 우리의 섹스에는 루틴이 있다.
2회 혼자서도 잘해요
3회 내 안의 호르몬스터
4회 완벽한 파트너의 조건
5회 섹스 후에 오는 것들
6회 그날의 분위기
7회 끝이거나 혹은 시작이거나
8회 나를 위한 선택

‘판타G스팟’에서는 팟캐스트 섹스 카운슬링이라는 소재를 통해 여성들의 고민을 다양하게 다룬다. 주연 캐릭터들과 그들의 연애사는 시청자의 체험을 대변하는 일종의 아바타이기도 하다. 연인과의 성관계에서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했던 주인공 ‘희재’는 자신의 성적 만족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섹스토이를 사용해 보고자 마음먹고 실행에 옮긴 후 처음으로 오르가즘을 경험하며, 술에 취해 마음 맞는 남성과 하룻밤을 보내지만, 피임 걱정에 사후 피임약을 처방받기도 한다. 특히 섹스토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되는 에피소드는 자신이 여자친구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 남자와 이제는 진짜 쾌락을 경험해 보고 싶은 여자의 충돌이다. 한편 희재의 절친이자 직장 동료인 ‘미나’는 사랑보단 쾌락이 중요한, 가벼운 만남을 즐기며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인물이다. 이들 모두 터부시되어왔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 실존하는 평범한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포스트 판타G스팟을 기대하며

판타G스팟 ©coupang play

‘판타G스팟’은 여성 감독과 여성 작가가 주축이 되어 여성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진정한 여성향 드라마이다. 사실 주인공 희재에게는 성적 고민을 속 시원히 털어놓을 수 있는 절친 희재가 있다는 점에서 현실의 여성들보다는 상황이 좋다. 대부분 여성은 자신의 은밀한 고민을 공유할 창구조차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드라마 에피소드의 시발점이 되는 ‘오르가즘을 연기하는 것’은 여자들의 오래된 말 못 할 고민이었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약 70%의 여성들이 성관계 중 오르가즘을 연기한 적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드러났다.1 또 다른 연구에서는 여성 답변자 대부분이 성관계 시 오르가즘을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진술한 것과 달리 남성 답변자의 다수는 자신의 파트너는 절대로 오르가즘을 연기하지 않는다고 진술하기도 했다.2 여성들의 성적 고민이 제대로 해소되지 못한 채 개인의 문제로 오랫동안 쌓여왔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판타G스팟’은 여성들의 말 하기 어려운 고민을 토대로 스토리를 구성했기 때문에 그들의 궁금증을 해소 시켜주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창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판타G스팟’이 콘텐츠로서 가지는 핵심적 가치이자 의의일 것이다.

판타G스팟 ©coupang play

‘판타G스팟’은 1월 마지막 주 기준 쿠팡플레이 인기 랭킹 4위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진짜로 느끼고 싶은 여성들의 은밀한 사연을 대담하게 다룬 ‘판타G스팟’은 쿠팡플레이에서 독점적으로 볼 수 있다. 13일에 마지막 화가 업로드되며 성공적으로 종영한 ‘판타G스팟’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초기 마케팅 과정에서 높은 수위의 콘텐츠라는 것에만 집중하여 홍보한 나머지 실제 극에서도 자극적인 서사에만 치중된 것이 아닐까 하는 염려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공개된 콘텐츠엔 주인공 배우들의 노출은 최소화하되 여성들이 가지는 성적 고민을 시원하게 풀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불만족스러웠던 과거를 버리고 진짜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랑을 능동적으로 찾아 나가는 등장인물들의 서사와 적절한 연기 덕분에 잘 짜인 로맨틱 코미디물로도 그 가치를 톡톡히 뽐내는 중이다. 이후 추가적인 시즌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는 없으나 ‘판타G스팟’을 즐겁게 시청한 시청자들은 이후의 시즌을 기대하고 있다. ‘판타G스팟’을 필두로 성적 욕망을 더욱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이에 솔직하게 접근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다양한 콘텐츠가 제작되길 바라본다.

  1. Muehlenhard, C. L., & Shippee, S. K. (2010). Men’s and women’s reports of pretending orgasm. Journal of Sex Research, 46, 552–567.
  2. Thornhill, R., Gangestad, S. W., & Comer, R. (1995). Human female orgasm and mate fluctuating asymmetry. Animal Behaviour, 50, 1601–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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