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유저들과 함께 제품을 만들어 보고싶다.”
캔들을 개발하고 테스트를 진행하며 늘 가슴속에 품고 있던 욕망(?)아닌 욕망이었다.
실제로 남성용 섹스토이에 대한 경험이 많고, 수많은 인사이트를 가진 헤비 유저들과 함께 의견을 주고받고 제품을 개발해 나간다면 그건 또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일까.
원래의 로마 캔들은
“유저 욕망 파악 → 컨셉 설정 → 3d 모델링 → 3d 프린팅 → 시제품 샘플링 → 시제품 유저 테스트 → 피드백 반영 수정 (반복) → 제품 출시”
의 과정을 통해 5가지의 패턴을 출시했었다.
기존의 컨셉 설정 단계는 유저들의 페인 포인트, 기존 제품을 사용하면서 느꼈던 인사이트를 기초로 해서 진행해온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는 우리만의 가설 혹은 착각에 갇힐 수 있다는 리스크가 항상 존재했다. 참여 표본이 너무 적었기 때문에.
하지만 로마 캔들 딥은 태생부터 “함께 만들어요 로마 캔들”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실제 유저들이 원하는 아이디어나 컨셉 패턴을 시제품으로 제작하고, 참여 유저들의 직접 테스트 및 피드백을 바탕으로 새로운 캔들을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커뮤니티 유저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패턴에 대한 아이디어, 3D 모델링,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지속적인 디벨롭의 과정을 거쳐왔던 지난 이야기들은 이전 포스팅을 통해 기록해두었다.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탄생한 최종 두가지 패턴 중 테스터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하드가 출시 패턴으로 선정되었고 우리는 최종 디벨롭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최종 디벨롭이라 함은 샘플 테스트를 진행한 유저들이 작성해준 피드백을 바탕으로 제품 내부의 정형도, 경도 혹은 패턴의 최적화, 색상 및 패키지 픽스 등의 작업들이 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1. 제품 내부의 정형도
*내부 패턴봉이 휜 경우가 많았다..ㅠ
유저들에게 샘플로 배포된 테스트 샘플의 경우 단시간 내에 제작해야 했고 기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패턴봉을 제작한 뒤 충분한 제작의 시간을 갖지 못한 뒤 유저들에게 배송되었다.
이는 곧 제품 내부(패턴)의 정형도가 충분치 못함을 뜻했다.
많은 유저들은 패턴이 주는 자극에는 만족했지만 패턴 내부의 정형도에 불만을 표했다. 이를 반영하여 공장과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했고 가장 큰 문제는 패턴봉의 날카로움에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3D 모델링을 통해서 날카로운 부분을 최대한 라운드화시켰고 제작 과정에서도 공장과 협의하여 황동봉을 샌딩처리하는 작업을 수차례 진행했다.
2. 경도와 패턴의 최적화
*실제 유저의 피드백
테스트 진행 결과 유저들의 패턴에 대한 불만은 크게 보이지 않았으나, 개인적으로 100% 만족스러운 상황은 아니었다. 조금 더 인위적인 느낌이 있어야 하드홀에 맞을 거 같아요. 혹은 조금 더 조임 느낌이 나면 좋겠다. 등의 피드백을 참고하여 내부 패턴의 3D 모델링을 컨셉에 걸맞게 수정하는 작업을 거쳤고, 구현하고자 하는 패턴의 경도를 공장과 커뮤니케이션하며 수차례 수정을 진행했다.
(코로나 때문에 중국 공장을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점은 이럴 때 정말 답답하다…)
3. 색상
*TMI : 이 때 까지만해도 캔들이 아닌 로마 홀이 될 뻔 했다.
새로 출시를 준비하는 이번 패턴의 경우 하드/고자극으로 분류가 되었기에 차가운 계열의 색상을 메인 컨셉으로 잡았는데 문제는 색상톤이 애매하게 트위스트나 그랩과 겹치는 부분이 생겼다.
(보라색이라는 아주 좋은 선택권이 있었지만 로마의 메인 컬러이기에 쉽게 사용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린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제품의 확실한 구별을 위해 트위스트와 그랩과 겹치지않는 보라색을 사용하되, 채도가 낮은 보라색을 통해 그랩, 트위스트와는 확실히 다른 제품임을 강조하기로 결정했다.
4. 제품명
원하는 경도와 패턴, 그리고 색상까지 선정되었을 때 우리에겐 고민이 하나 더 있었다.
“이름은 뭘로 할 건 가요?”
기존 로마 오리지널 프로덕트의 네이밍은 “Loma (브랜드명) + 라인업 네임 + 제품구분자 (경험을 연상시키는 짧은 단어, 대문자+소문자)”의 규칙이 존재했다.
위의 규칙에 맞추어 Screw, Dynamic 등 강렬한 경험을 연상시키는 단어들을 아이데이션했고,
“깊어질수록 더 빨려드는 경험”이라는 컨셉에 걸맞는 Deep으로 제품명을 결정하게 되었다.
5. 패키지 리뉴얼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한 패키지로 리뉴얼 되었다.
TPE바디(캔들 본품)와 관련된 조율이 끝나갈 때 즈음, 패키지 디자인도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 새 패턴 패키지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캔들 시리즈 패키지를 리뉴얼 하는 데에 있었는데 이는 그간 캔들 시리즈를 판매하면 쌓인 VOC(고객의 소리)의 영향이 컸다.
우리는 캔들 패키지를 기획하고 제작할 때에 티나지 않는 패키지 박스에 투명 PVC를 통해서 제품 정보를 전달한다면 고객들이 쉽게 제거하고 상자만 보관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가설을 세웠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가설이 되어버렸다.
왜냐하면 손쉽게 보관하기에는 상자가 좀 큰 것 같다는 피드백과, PVC 커버의 경우 생각보다 제거가 힘들었고 또 하나의 리뷰 중에 아파트 사시는 고객님께서 재활용 쓰레기 배출하는 날 플라스틱 쪽에 버렸다가 너무 티가 나서 곤란한 상황이 있었다 라는 리뷰가 있었다.
패키지에 대한 꽤 많은 VOC가 쌓인 지금이야말로 패키지를 리뉴얼하기에 최적기였다. 우리는 수많은 고민을 진행했고 그 결과 “패키지의 퀄리티는 유지하되, 사이즈는 더 컴팩트하게. 커버는 더 제거가 손쉽게” 라는 지향점을 정할 수 있었다.
6. 패키지 제작
패키지 컨셉과 디자인이 픽스되자 이제 남은 것은 공장과 커뮤니케이션하며 샘플을 제작하고 완성품을 대량 생산하는 일이었다.
중국 공장에 패키지 제작을 맡길 때 가장 어려운 점은 1부터 10까지 하나하나 모든 것을 세심하게 컨트롤 해야한다는 점인데, 예를 들면 한국 패키지 업체의 경우 ai파일과 작업 지시서를 전달하면 따로 체크하지 않아도 얼추 내가 원하는 형태의 샘플을 받아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업체 의 경우 ai파일과 작업지시서를 영문으로 전달하여도 정말 상상도 못한 샘플을 받아볼 수 있다…(이마짚)
이를 위해 리소스가 정말 많이 들어간다….
그렇게 수차례의 수정을 거쳤고 마침내 원하는 퀄리티와 요청 사항이 반영된 샘플을 생산할 수 있었다.
최종 샘플이 원하는 형태로 나왔을 때는 정말 와 드디어 끝이구나… 고생했다…하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무사히 완성된 6번째 캔들, 물론 내 얼굴도 여전히 자신만만하게 붙어있다.
이렇게 제작기를 작성하고 보니 정말 많은 이슈가 있었고 이를 해결하며 출시를 달성했다는게 새삼스럽게 실감이 나는 것 같다.
이제 곧 출시를 앞두고 있는 Loma Candle Deep의 “깊어질수록 더 빨려드는 경험”이라는 컨셉이 제품을 실사용하는 유저들에게 잘 전달되길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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